자랑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인정 욕구의 발현입니다. 과하면 흉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상호 인정 품앗이는 사회적 윤활유로 기능합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자랑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에게 절대 하면 안 되는 자랑 다섯 가지에 관해 이야기 나눠 보고자 합니다. 오늘 이야기 끝까지 들으시면서 '나도 이런 적이 있었나' 하고 한번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알아보기 전에 여러분께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여러분은 재벌이나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자랑할 때 질투가 나시나요? 예를 들어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님이 한 달에 약 6억을 번다고 TV에 나와서 이야기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은 질투를 느끼지 않으시죠. 왜냐하면 우리와는 너무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떤가요? 갑자기 내 회사 동기가 주식 투자로 대박 났다며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씀씀이가 달라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랑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도 왠지 모르게 배가 아프고 속이 쓰립니다. 심지어 이제는 그 동기가 미워 보이기까지 하죠. '운수 좋은 놈! 저 놈이 뭐가 잘나서 나보다 이렇게 잘 살까?' 하며 미칠 노릇이죠.
이처럼 우리는 우리가 아는 사람들에게 더 강한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입니다. 반대로 우리는 불행한 사람을 보면 연민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나는 저러지 않아서, 저 삶보다는 나은 삶을 살아서 다행이다' 라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안도감도 멀리 있는 누군가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의 행복과 불행이 우리 마음에 더 큰 파동을 일으키죠. 그래서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말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돈 자랑
오늘 첫 번째로 말씀드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자랑은 바로 돈 자랑입니다. 제가 60년 넘게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돈 자랑해 좋은 결과를 본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돈 자랑 때문에 평생 모은 재산을 잃고 가족간의 신뢰마저 무너지는 것을 수 없이 보아왔습니다. 진정으로 부자인 사람들은 결코 돈 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다는 말이 세어나가는 순간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말이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돈이 있다고 말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처음에는 "참 대단하시네요. 성공하셨네요." 하며 치켜세우는 말을 해줍니다. 하지만 곧 "좋은 투자처가 있어요" 라는 달콤한 말로 시작해서 '급전이 필요해요' 라며 손을 벌리는 지인들까지... 처음에는 적은 금액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한번 돈을 빌려 주기 시작하면 그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죠. 돈을 갚지 못하는 순간 여러분은 그 사람과의 관계마저 잃게 될 것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돈 있는 티를 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씀씀이가 커지고 불필요한 과시 소비를 하게 됩니다. 결국 이는 자신의 재산을 까먹는 지름길이 되죠. 제가 아는 한 분은 퇴직금으로 받은 목돈을 자랑하다가 사기를 당했습니다. 원금 보장의 고수익이라는 말에 속아 평생 모은 돈을 하루 아침에 잃었죠. 돈 자랑이 부른 비극이었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부하 사마의의 일화입니다. 어느 날 조조는 사마의를 불러 이렇게 물었습니다. "발바닥이 왜 흰색인지 아느냐?" 사마의가 모른다고 대답하자 조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항상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사마의는 깨달음을 얻어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말하면 할수록 줄어들고 침묵을 지킬수록 불어나는 것이 돈의 속성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침묵 속에서 재산을 불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랑 속에서 재산을 잃습니다. '그래도 제가 열심히 떳떳하게 번 돈인데 자랑 좀 하면 안 될까요?'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또 "내 주변 사람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줍니다.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거 아닌가요?" 이렇게 반문하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당신의 성공을 겉으로는 축하할지 몰라도 속마음은 그리 편치 않을 겁니다. 단지 이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고 속으로만 삭히는 사람이 있을 뿐이죠.
그래도 꼭 자랑하고 싶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자랑한만큼 베풀어 주는 겁니다. 비싼 음식도 대접하고 여행 경비도 보태 주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겁니다. 물론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그래. 네가 쏘니까 그깟 자랑 내가 들어준다.' 정도의 심보가 될 수밖에 없는게 인간의 마음입니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선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를 선망합니다. 내가 아무리 잘 살아도 더 잘 사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내가 아무리 못 살아도 더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잘났다고 말하고 다니지도 맙시다. 그것이 결국 우리의 품격을 지키는 길입니다.
왕년의 자랑
두 번째는 왕년의 자랑입니다. 중국 베이징의 유명한 관광 명소 중에 계문 연수라는 곳이 있습니다. 안개 속에 울창한 나무들이 드러나는 풍경이라는 운치 있는 이름을 가진 명소였습니다. 관광 안내서에는 신비로운 안개가 감도는 절경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고목의 나뭇가지가 안개 속에 숨은 모습이 꽤 운치 있어 보이죠. 하지만 실제 그 풍경의 정체는 뭐였을까요? 겨울철 사람들이 집마다 피우는 연탄 연기가 앙상한 나뭇가지를 휘감은 모습이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신비로운 풍경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가보면 그저 매캐한 연기에 불과했던 거죠. 이처럼 과거의 영광이 화려하고 대단해 보일수록 현재의 모습은 대비되어 더욱 초라하게 보이는 법입니다. 또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과거의 영광을 자랑하는 것은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만들죠. 상대방의 관심사나 현재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과거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면 결국 대화가 아닌 독백이 되고 맙니다. 논어에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명성이나 영광을 자랑하기보다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는 가르침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더 안타까운 것은 과거 자랑을 하는 분들의 속입니다. 대부분 현재의 삶 만족하지 못하거나 현실을 개선할 의지를 잃은 분들이죠. 마치 매캐한 연기 속에 숨어 도망치듯 과거라는 도피처에 숨어 현재의 불만족을 잊으려 하는 겁니다. 공자는 "군자는 현재를 말하고 소인은 과거를 자랑한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화려했던 과거의 업적은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이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더 지혜로운 자세일 것입니다.
자식 자랑
세 번째는 자식 자랑입니다. 예로부터 동네 방네 자랑질을 일삼는 사람을 덜 떨어졌다고 해서 팔불출이라 불렀습니다. "우리 애는 스스로 척척 알아서 공부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하고 못하는게 없어요. 나중에 판검사가 돼서 효도하겠다" 해서 뭐해요? 실컷 자랑하는 그 순간은 우월감에 취해 기분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는 다른 부모들의 마음 속에는 큰 상처가 생기죠. 이 세상에 자식 걱정 안 해 본 부모가 어디 있으며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자식 때문에 눈물 흘려 보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요? 옛사람들이 부모는 자식 자랑하지 말고 자식은 부모 흉보지 말라고 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자식 자랑 배틀에서 이겨봤자 우리 아이들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합니다. 남 앞에서만 실컷 자랑할뿐 정작 가족 안에서 충분한 칭찬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아이의 자존감은 한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죠. 심지어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 친구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자세 등 세상을 살아가면서 익혀야 하는 덕목들을 하나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오히려 남을 뭉개고 자신을 과시하는 방법만 알게 될뿐입니다. 인생의 긴 레이스는 끝까지 달려봐야 아는 법! 내가 무시하고 상처 준 사람이 언젠가 나를 끌어내릴 수도 있는게 세상사 아니겠습니까? 겸손한 자세를 몸소 실천해야 자녀가 성공의 길목에 섰을 때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또 이를 더 크게 보면 집안 자랑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조상이 어떻고 형제가 어떻고 시가가 어떻고 하는 이야기들 말입니다. 집안보다 더 광범위한 인맥은 '지인'입니다. "내가 누굴 잘 아는데" 하면서 장광설을 늘어놓는 것이죠.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존심만 높고 자존감은 낮다는 것입니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불안한 마음에 왜곡된 자기 포장에 열을 올리는 것입니다. '꽃이 꿀을 품고 있으면 소리쳐 부르지 않더라도 벌들은 저절로 찾아간다' 라는 말이 있듯 진정한 가치는 굳이 자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빛을 발하게 됩니다.
술부심
네 번째는 술부심입니다. 요즘 TV 보면 연예인들이 자주 하는 자랑이 있습니다. "저는 소주 세병은 거뜬해요. 제가 술자리 에이스예요." 하면서 자신의 주량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죠. 마치 이것이 대단한 업적인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세요.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정말 자랑할 만한 일일까요? 의학적으로 보면 과도한 음주는 우리 몸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자랑거리로 여기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요? 제가 아는 한 분은 젊었을 때 술자리에서 늘 "내가 이 자리에서 제일 잘 마셔" 라며 자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술고래라며 우스갯소리로 놀리기도 했죠. 하지만 50대 중반이 되자 간 수치가 올라가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결국 의사로부터 술을 끊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았습니다. 옛 성현들은 술은 잘 마시면 백약 중에 으뜸이고 술을 잘못 마시면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습니다. 한두 잔에 술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내가 술을 잘 마신다고 자랑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건강과 인생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일뿐입니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도 내심 저 사람 술 자랑하는 걸 보니 참 유치하다고 생각할 테죠. 술을 잘 마시는 것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절제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멋이자 자랑거리입니다.
운전 자랑
다섯 번째는 운전 자랑입니다. "나는 30년 무사고", "난 딱지 한 번도 안 떼 봤어", "내가 운전하면 항상 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등등...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운전 방법이 안전하거나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오랫동안 사고 없이 운전했다거나 교통 딱지를 한 번도 떼지 않은 것을 큰 자랑거리로 여기죠. 하지만 이런 자랑은 매우 위험한 착각에서 비롯됩니다. 많은 운전자가 자동차 학원에서 얼핏 배운 지식만으로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담보로 걸고 위험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된 습관대로 편하게만 운전하려는 것이죠. 내가 최고라는 생각에 차로의 차량을 무조건 앞질러야 직성이 풀리고 신호등에 걸리지 않으려고 아찔한 운전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이것은 실력이 아닌 그저 재수가 좋았을뿐입니다. 우연히 경찰에 걸리지 않았고 다행히 사고가 나지 않았을뿐 이런 운전은 목숨을 건 도박과 다름 없습니다. 우리는 레이서가 아닙니다. 빠르게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안전하고 쾌적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여야 합니다. 진짜로 잘하는 운전이란 적절한 속도로 운전하면서 동승자와 다른 운전자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동승자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운전하고 돌발 상황에 대해 예측하고 대처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운전의 고수가 되는 길입니다. 자신의 운전 실력을 자랑하는 순간 그것은 이미 위험한 운전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에게 한 가지 중요한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뇌는 다른 사람의 자랑을 들을 때 마치 실제 공격을 당하는 것처럼 반응한다고 합니다. 무심코 한 자랑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물론 자신의 성취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능력과 성공, 열정을 표현하는 것과 자랑은 분명히 다릅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진정성 있는 표현과 잘난체하는 것은 분명 다르게 느껴지죠. 제가 살면서 만난 진정으로 대단한 분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작은 성공도 찾아내 온 세상에 떠들며 축하해 주셨죠. 그러다 보니 그분들은 자연스레 존경과 신뢰를 받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을 시기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공한 사람의 예의와 매너, 책임감이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높은 지위나 부를 가진 사람일수록 겸손하게 행동하고 그 힘으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줄 때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참된 의미일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인간 관계를 더욱 깊고 따뜻하게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자랑이 마음 아프게 느껴지셨던 분들 또는 내가 무심코 했던 말이 혹시 자랑으로 들리진 않았을지 걱정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기를 희망합니다. 혹시 여러분만의 지혜로운 소통 방법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 주세요. 많은 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영상링크)
'영상 리뷰 > 공부·교육 영상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타분석 논문 쓰기 (ft. 논준모연구소) (2) | 2024.10.20 |
---|---|
논문 읽을 때 이거 딱 한 줄만 보면 된다 (ft. 사피엔스 스튜디오, 김경일 교수) (0) | 2024.10.20 |
놀 거 다 놀면서 시험 잘 보는 상민이 공부법 (ft. 김예지 약사) (7) | 2024.09.19 |
저처럼 삼수하기 싫으면 보세요 (ft. 김예지 약사) (1) | 2024.09.19 |
32살, 수학 7등급에서 경희대 한의대 정시 합격할 수 있었던 기적의 공부법 (4) | 2024.09.03 |
댓글